2009년 1월 4일 일요일

한나라당, 박근혜에게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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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에게서 배워야


세상살이하면서 항상 내 뜻대로만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 뜻대로만 살려고 하면 세상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War of all against all)이 발어지는 살벌한 전쟁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홉스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을 절대 군주로 하여금 조정케해야 한다고 하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만인의 투쟁을 국가와 법원등 공신력이 있는 집단이 하고 있다.

문제는 그 국가기관 내부의 투쟁은 누가 조정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또한 모든 분쟁을 국가가 조정할 수도 없고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대화와 타협>이다. 대화와 타협은 현대 정치의 수단이기도 하다. 대화와 타협은 상반되는 주장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그리고 소외자에 대한 배려>를 이뤄내는 최선의 수단이다. 이는 전쟁이 승자 독식(All or nothing)인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현재 국회 본청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일촉즉발의 대립을 하고 있다. 한 쪽은 창을, 한 쪽은 방패를 들고 싸우고 있다. 그 때문에 시민들이 편안해야할 주말이 전두환의 광주학살 작전명 '화려한 휴가'처럼 되고 있다.

사실 정치 자체가 전쟁이다. 과거에는 영토를 두고 창칼로 전투를 벌였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의회에서 법안은 두고 힘겨루기를 한다. 과거에는 권력을 얻기 위해 암살도 불사했지만, 현대에서는 선거기간에 말로써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나 정치가 전쟁이라는 점에서도 역설적으로 대화와 타협 능력은 빛나는 무기다. 고려의 서희가 말로써 거란족을 굴복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확실히 대화와 타협 능력은 정치적 유능성의 중요한 잣대이다.

그런데, 현재 한나라당에는 대화와 타협능력을 갖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힘과 숫자로서 밀어부치려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모두 침묵하고 있다. 원희룡, 남경필 등 그간 소장파로 불렸던 인사들도 침묵하는 중이다. 정당 정치, 당론 정치의 위세에 눌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다만, 박근혜가 요새 눈에 뜨인다. "끝까지 대화와 타협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하는 박근혜는 단연 군계일학(닭무리 중에 학 한 마리)이다. 어찌보면 까마귀 노는 데에 백로가 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실 박근혜는 지난 2004년에 야당 한나라당 당대표를 하면서 당시 집권 여당을 상대로 정치를 매우 잘(?)했다. 대화와 타협을 적당히 하면서도 비타협적 투쟁을 할 때는 싸움닭처럼 잘 했다. 당시 집권 여당 열린우리당에게는 박근혜만큼 골치아픈 정치인은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근혜만큼 얄미운 사람이 없었다.

박근혜를 보면서 우리는 '대화와 타협을 잘 하는 사람이 공격도 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탁월한 주행능력을 가진 마라토너가 천천히 달릴 때와 속도를내야할 때를 가려서 달리는 것과 같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강경 일변도로 달리는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박희태, 홍준표)는 초짜 중에 초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달려야갈 나날이 4년이나 남았는데, 초반에 이렇게 힘을 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기나긴 마라톤 레이스를 펼쳐야하는데, 초반부터 이렇게 힘을 빼면 남은 레이스를 어떻게 펼칠 것인가.

앞으로의 여야 대치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한나라당이 장차 어떤 정치를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박근혜가 보여준 리더십을 많이 배워야 한다.

참고로, 민주당 당원인 필자가 박근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하여 한나라당 분열을 도모한다는 둥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색안경을 쓰고 보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 굳이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 일본의 모 인사는 이순신에 대하여 명장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비록 적(?)이지만 잘한 것이 있다면 마땅히 칭찬하는 것이 옳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못 한 것은 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어야 배움도 있고 대화도 되는 것이다. 필자의 박근혜 띄우기는 그 정도의 맥락으로 보면 된다.

더불어 앞으로 한나라당에서 박근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기 바란다. 박근혜식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한나라당이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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