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4일 일요일

김형오, 이등병이냐 국회 수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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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이등병이냐 국회 수장이냐.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치가 장기전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물론, 그런 사정은 익히 예상되어 있었다. 이미 지난 12월 31일 자정까지 김형오의 질서유지권 집행이 성사되지 않는 순간부터 <1월 두번째 주인 1월 5일부터 8일 사이에 뭔가 이뤄질 것이다.>라는 막연한 예측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류의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1월 1일은 신년 인사를 해야하고, 1월 2일에는 이명박이 신년 기자회견을 해야하고, 1월 3일과 4일은 휴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채도사의 효험은 <1월 5일부터 8일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맞추는 것에 있다. 필자는 이미 지난 12월 31일에 <국회파행, 흐지부지될 듯>이라는 예언은 한 바 있다. 이는 전투의 본질에 비추어 봐도 자명하다.

전투를 준비하는 자는 <이 전쟁을 장기전으로 할 것인가, 전격전으로 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한다. 전격전으로 할 생각이면 초반에 전광석화처럼 치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장기전으로 할 것이었다면 군량비와 실탄을 든든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한나라당의 경우 어떤 작전을 짰을까? 홍준표와 박희태의 말만으로 판단해보면 그들은 <전격전>을 계획했을 것이다. 돌격앞으로는 거창하게 외쳤다는 점이나 한미 FTA안 단독 상정 등을 보면 전격전 전략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 국회의 장기전 모드는 <전격전 실패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애초에 장기전을 전혀 고려한 바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장기전에는 작전이랄 것도 없는 것이고, 전격전에 실패하여 부득이하게 장기전을 펼치는 부대는 결국 철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필자는 <국회 파행이 1월 8일을 넘김으로써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언도 맞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전투의 향방은 홍준표, 김형오의 선택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입장과 성격은 그래서 향후 전투의 향방에 중요한 요소다. 여차하면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1월 2번째 주에 다시 전격전을 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홍준표와 김형오의 사정을 돌아보자.

현재 홍준표는 오다 노부가나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거론하면서 <울지 않는 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했다. 그러나, 오다 노부가나의 스타일이 며칠 사이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스타일로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홍준표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이명박을 비롯한 청와대의 압력과 당내 강경파의 압력 사이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럴 때에 홍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뿐이다. 김형오를 압박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압박을 받는 홍준표가 유일하게 화풀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김형오다. 실제 홍준표는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으니 그것을 집행하면 모두 종료된다.>라며 김형오에게 책임은 떠넘긴다.

그렇다면, 이번 국회 파행의 모든 압력은 김형오에게 쏠리게 된다. 내일과 모레, 2일간 청와대와 한나라당과 홍준표와 박희태는 김형오만 붙잡고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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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본회의장을 당신이 총대를 매고 쓸어버리게. 뭘 그리 고민하는가? 당신이 직접 쓸어버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신은 그냥 말만 하면 된다. 당신이 '쓸어버려.'라는 4자의 한 마디만 하면 모든 상황은 종료되는 거야. 그건 방바닥에 누워서 헤엄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야.

나중에 욕 먹을 거라고? 이 칭구가 뭘 모르는구만. 박정희 각하와 전두환 각하를 보라고. 당신이 앞으로할 일보다 몇 백나 험한 일을 했어도 멀쩡하잖아. 특히 전두환 각하는 진짜 피를 보고도 뻔뻔하고 살고 있고 존경까지 받고 있잖아. 선배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국회의장! 눈 딱 감고 국회를 쓸어버리게. 당신 혼자 손에 피를 묻히면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편해지고 행복해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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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 쉽지, 이건 김형오에게 고문이나 다름없다. 청와대의 큰 형이 한번 빠따를 때리자 그 아래로 줄줄이 줄빠따가 이어지고 졸지에 김형오가 막내 이등병으로서 줄빠따를 고스란히 다 맞는 격이다.

그런 줄빠다 구조는 너무 가혹하다.

김형오도 엄연히 한 가정의 가장이고 나름대로 꿈이 있는 사람이다. 국회의장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에 여야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모든 사람들로부터 박수받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김형오는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나면 친정 한나라당으로 복당하여 당대표도 꿈꾸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하루살이처럼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는 곤란한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 청와대의 큰 형님은 요지부동이다. 만일 이명박이 마음만 바꾼다면 모든 것이 수월하게 끝날 것인데 이명박은 아주 불도저다. 불도저 이명박의 진면목이 요새 한나라당에게 발휘되는 중이라고할까.

그러면 해법은 없을까? 있다. 김형오가 자신이 국회의장이라는 점은 각성하면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 국회, 사법부로 3권이 분립되어 있다. 이명박이 행정부의 수반이라면 김형오는 국회의 수반이다. 김형오가 그런 사실을 각성하면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다시 말하면, 김형오는 <직권상정 하지 않는다.>라고 확고하게 결단을 내리면 게임은 끝난다.

그 경우에 여야가 반발할 여지도 있지만, 어차피 여야의 각 국회의원들은 임시회등 본회의를 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므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정부도 국회의 입법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이므로 대통령 이명박도 본질적으로 국회의장에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김형오의 결단만 남았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굴종하여 줄빠따를 맞는 이등병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여야의 국회의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국회의 수장이 될 것인가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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