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4일 일요일

이명박의 한나라당 탈당 시점

.

전에 어느 신문에서 어느 외국 대사가 <한국 정치는 재미있다.>라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한다. 상당히 창피한 일이다.

한국 정치를 한 마디로 평가하면 <정치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18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단 하루도 정치권이 조용한 적이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간에 맹렬하게 다투고 선거가 끝나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함으로써 정국이 소용돌이 쳤다.

또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만들어진 정당이 100개가 넘고, 그 결과 정당의 평균 수명이 2년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여당 정치인들이 자당 대통령더러 탈당하라고 요구하고 대통령이 실제 탈당해주기도 했다. 2007년에는 경우엔 집권 여당이 당을 해체하는 기막힌 사건도 있었다.

특히 임기 막판에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탈당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이런 사례는 이회창이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기억된다. 1997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은 현직 대통령 김영삼에게 허수아비 불태우면서 탈당하라고 강요했고 김영삼은 울며겨자먹기로 집권여당을 탈당해주었다. 김대중 정부때에는 김대중이 임기 막판에 여당을 탈당해주고, 노무현 정부때에도 역시 노무현이 임기 막판에 여당을 탈당해주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당연히 <집권 여당의 정권 쟁취 욕심>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집권여당의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여 집권여당이 작당하여 현직 대통령을 <고려장>시킨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고려장 전통(?)은 마땅히 극복되어야 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고려장 전통은 정당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퇴행적 정치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쁜 전통은 본래 매우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고쳐지기 힘들다. 집권여당의 차기 주자가 현직 대통령을 고려장시키는 행태도, 여당 차기 주자가 고도의 도덕성을 가진 자이거나 고려장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아닌 한, 고쳐지기 힘들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이고 한나라당 당적을 갖는 이명박의 인기는 급락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고정적인 30%대의 지지도를 바탕으로 이명박의 지지도가 더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위에서 붙잡아주는 형상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명박이 한나라당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이 이명박을 먹여살리는 형상이다.

그런데, 장차 한나라당은 여당이 대통령을 먹여살리는 일에 인내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취임후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차기 대선 주자감이 부각되고 현직 대통령이 임기 1년째부터 지지도가 20%대에 머므는 이런 상황이라면 여당의 인내심도 역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아마도 빠르면 2010년 지방선거 직전에 한나라당은 자당 대통령 이명박에게 <탈당하라!>라고 요구할 지도 모른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나, 한나라당의 스타일이나 그간의 나쁜 전통에 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참고로, 박근혜의 입장에서도 이명박이 한나라당을 탈당해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어차피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것은 아니고 탈당하면 손해인 것이 명백한 마당이므로, 이명박이 한나라당을 탈당해주는 것이 박근혜에게는 이익이다.

그러니까 박근혜는 적당한 시점에서 <역대 대통령의 탈당 선례>를 거론하면서 이명박에게 <한나라당을 탈당하라.>라고 요구할 수 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